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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이후 마음에 남은 상처를 보듬는 푸른나무 청예단 상담치료센터. 학교폭력의 상처를 넘어서 성장하고 나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본 포스팅은 사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출된 이미지를 사용하였음입니다.

석현(가명)이는 한 부모 가정에서 아버지와 살고 있습니다. 석현이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왜소한 체구를 갖고 있었지만 또래 관계에서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도 하는 아이였습니다. 석현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는 편이었지만 체격 때문에 무시당하는 것이 싫어 일부러 강한 척도 하고 때로는 자신보다 체구가 큰 친구라고 해도 자기를 무시하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습니다.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도 잘 못해서 친구들의 부탁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석현이지만 유독 자존심을 건드리는 상황이 오면 불같이 화를 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석현이는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일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친구들끼리 곧잘 장난도 치고 같이 놀고 의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친구들의 어려움이 있으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평상시처럼 학교생활을 하던 어느 날같이 어울리던 친구들 6명과 하교를 하는 중에 싸움이 붙었습니다. 덩치가 큰 친구였던 정수(가명)를 다른 친구들이 놀리는 것을 보고 같이 웃던 석현이에게 정수가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수가 석현이에게 그 작은 주먹으로 때려봐야 얼마나 아프겠냐며 계속해서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였고 정수와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아버지와 석현이는 석현이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상황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다른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푸른나무 청예단 상담실 ⓒ푸른나무 청예단

석현이 아버지는 감정 조절이 어려운 석현이를 위해 푸른나무 청예단 상담치료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상담을 통해서 석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느끼는지를 들었습니다. 석현이는 친구들과도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싶은데 자존심을 건드리면 자기도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라 통제가 되지 않는다며 속상해했습니다. 석현이가 무시당하면 기분이 나쁜 것은 당연한 거고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을 때 석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래도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석현이는 화내는 것은 나쁜 일이고 화를 내면 안 되는데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동시에 화를 낼 때마다 자기가 나쁜 아이가 되는 것 같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석현이가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가 중요함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석현이와 함께 화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대처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석현이와 함께 석현이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면서 역할극을 통해 시연도 해보고 보완해야 할 점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갔습니다. 석현이는 화를 절대로 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자 오히려 여유로워지면서 자기를 화나게 하는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석현이와 석현이 아버지에게 소감을 물었을 때 석현이는 “처음에는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잘못한 행동 때문에 혼날 줄 알고 걱정했었어요. 그런데 상담 선생님한테 혼나기보다는 오히려 제 마음을 이해해주고 같이 걱정해주고 고민해줘서 좋았어요.”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석현이와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처음과는 다르게 여유가 생긴 모습에서 아이가 많이 편해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화를 내면서도 화를 내는 줄 모르고 화를 내면 안 된다고 하던 석현이가 이제는 자기 모습을 볼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석현이는 좋은 자원이 많은 학생이어서 함께 상담하는 것이 즐거운 학생이었습니다.

상담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일들은 많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목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석현이가 지금까지 해왔던 행동과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꿔준다면 석현이는 스스로 자기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작업을 했습니다. 상담실에서의 작은 변화가 앞으로 석현이의 삶에서 큰 변화로 이끌어주는 조그마한 계기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저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