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푸른나무재단입니다.
봄이 성큼 찾아온 것 같지만 최근 체육계 학교폭력 사건, 학투 등으로 마음은 많이 추운 날들인 것 같습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입장문을 접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관심을 부탁드리기 위해 오늘은
학교폭력 재연(再然)에 대한 푸른나무재단의 입장과 다짐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학교폭력 재연(再燃)현상에 대한 푸른나무재단의 입장과 다짐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은 평생을 가는 정신적 고통이다.
고통의 치유에 다가가는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 되어야하고,
그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용서와 화해가 병행되어,
궁극적으로는 두 사람 사이의 우정과 인간관계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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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학교폭력의 재연(再燃):학폭 트라우마 어게인(school violence trauma again)’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재학생들 간에 이루어지는 학교폭력을 시즌1이라고 하면, 재학시절에 발생한 학교폭력이 일정 기간이 경과한 이후 동일한 피해자와 가해자들 사이에서 재연되는 학폭 논란을 ‘학폭 트라우마 어게인(시즌2:이후 학폭 어게인)’라고 말할 수 있겠다.
결국 ‘학폭 어게인’의 상황을 재연시키게 된 것은 초중고 재학시절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야기 시킨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이다. 청소년기 학교폭력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은 젊은이들은 인생의 황금 같은 시기를 멍들어버린 인생으로 살면서 아무런 마음의 치유를 받지 못했다. 그 때문에 연예인, 운동선수들의 상황을 통하여 나타난 학폭 관련 사건들이 자신의 것으로 인식되면서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 끔찍한 상황을 겪는 플래시백(falshback)현상이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학폭 어게인’ 상황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타인으로부터 받은 마음속 깊은 상처, 즉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수준의 깊은 정신적 고통과 심각한 트라우마는 피해자들의 마음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꿈틀거리는 용암을 품은 휴화산처럼 존재했던 깊은 상처들이 이제는 활화산이 되어 사회를 위협하는 사회적 현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누구라도 학창시절을 떠올릴 때 폭력으로 얼룩진 기억이 있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아픔으로만 덮어둔 과거의 기억, 5~10여년을 침묵해 오던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간 침묵하던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용기를 내기 시작하였고, 대중의 호응도 크게 일고 있다. 학폭의 기억으로 아팠지만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이들이, 그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연달아 연예인 및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이 과거 학교폭력에 가담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모습으로 가해자가 나타나자,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억지로 외면하거나 억압해왔던 부정적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가해자는 저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살고 있는데, 피해자인 나는 혼자 아파하며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피해자는 분노한다. 가해자였다고 알려진 유명 연예인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하거나, 가해자를 소속단체로부터 영구제명하라는 국민청원을 내기도 한다. SNS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을 비판하며 ‘손절’하는 ‘캔슬컬쳐(Cancel culture, 취소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아쉬움도 표출한다. 철모르던 청소년기 한때의 잘못으로 앞날의 삶을 모두 망치게 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구심의 표출이 그것이다. 가해자를 마녀사냥식으로 내모는 것이 불편하다는 견해이다. 이러한 견해는 어떤 부분에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 우리가 관심가져야 하는 것은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들의 아픔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가해자들의 죄의식 및 불안장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어느 한쪽에 대한 일방적인 편들기는 해답이 될 수 없는 것이 푸른나무재단의 입장이다.
‘학폭 어게인(시즌2)’ 현상의 궁극적 해결점은 피해자와 가해자, 양자가 함께 공생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피해자는 만성의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 상태를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가해자는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치유와 성장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부터 시작되고, 인간관계 회복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푸른나무재단은 ‘학폭 어게인(시즌2)’ 현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천명하고, 그런 기조 위에서 새로운 각오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선언하고자 한다.
학폭 어게인(시즌2)에 대한 푸른나무재단의 입장
-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은 평생을 가는 정신적 고통이다.
- 고통의 치유에 다가가는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 되어야하고,
그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용서와 화해가 병행되어,
- 궁극적으로는 두 사람 사이의 우정과 인간관계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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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을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담론을 시작하고 있다. 몇 년의 긴 세월을 홀로 아파하며 지내야 했던 피해자와 과거의 잘못으로 그간 쌓아온 모든 성취와 업적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가해자가 마주하게 된 지금의 상황은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되담을 방도가 없다. 시간을 돌이켜 학교폭력이 발생했던 학창시절 그 현장으로 돌아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과거로 돌아갈 길은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죄하고 용서받고 화해하는 것이 두 사람의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정답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것이 해결되지 못하면 둘 사이는 철로의 평행선으로 갈라져서 증오를 키우며 평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물론 둘 사이의 화해는 기적처럼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런 기적적인 화해는 지금도 학교 현장의 학생들 사이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가끔씩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푸른나무재단은 학교 현장에서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화해시키고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노력을 1995년 이래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우리는 현재 전개되고 있는 학교폭력 재연 상황 즉, 학교를 떠난 후에 다시 재연되는 학폭 논란을 접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그간의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표면적이고 얕은 생각이었는지 알게 된 것이다.
먼저 학폭은 학교나 부모들 사이의 합의나, 경찰과 법원의 처분으로 일단락되는 줄로 알아 온 우리의 생각은 지극히 짧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해 당사자의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는 절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상처를 주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심리적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한 결과, 부모합의나 법원처분 등의 조치를 하고는 할 일을 다했다고 믿었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행동은 “피해자의 정신적 트라우마는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부정적 에너지로 남아 있다가 가해자가 발휘하는 어떤 단서나 변수에 따라 표면화 된다는 것”을 방치한 셈이 되었다.
이러한 반성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우리 푸른나무재단은 활동의 지평을 더 넓히면서, 새로운 영역을 창의적으로 발굴하여, 시대와 더불어 급변하는 학교폭력 상황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푸른나무재단의 각오와 다짐
첫째, 기존의 재학생 중심의 '화해클리닉'의 기능을 학폭 재연 상황에도 기능할 수 있도록 ‘화해-중재 클리닉센터’를 개편하고 강화 확대해 나간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한 용서와 회복을 위한 시스템을 재학생 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확대할 것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란 ‘내 모든 것을 포기 할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지금 드러나는 폭로는 빙산의 일각이며, 억압된 피해자들 중 일부만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반대로 양심에 아파하는 사람들은 화해와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피해 학생의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의 해소와 치유를 넘어 건강한 마음을 만드는 ‘마인드 테라피(Mind therapy)’를 확대해갈 것이다.
우리 사회는 피해 당사자가 정신적 트라우마를 해소하지 못하는 한 학폭은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아직 해결된 게 아니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학교폭력예방 활동의 중심이 학교, 피가해 학부모 간의 합의, 경찰과 법원의 처분에 있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피해자의 고통 해소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의 뇌관을 뽑는 일까지가 푸른나무재단이 할 일이라는 인식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 사회의 그릇된 통념이 학폭 가해자들의 용기 있는 사과와 사죄를 가로막고 있다. 이런 통념을 깨기 위한 비폭력 문화 활동 캠페인을 전개하고자 한다.
피해자의 정신적 심연 속에 자리한 고통의 트라우마는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죄가 유일무이한 해답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를 도와줄 힘을 가진 가해자 주변의 성인들(교사, 부모, 친척 이웃사촌들 등)의 힘을 활용하는 일에 너무 소홀했다. 가해자 부모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변명과 부정으로 혐의 탈피에 집중했을 뿐 진정한 사죄의 노력은 부족했다. 이제 사과와 용서를 하면 그 자체로 지는 게임이 된다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통념을 깨고 학폭의 예방과 치유의 근원은 진정성 있는 사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범국민 캠페인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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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학교폭력은 일어나고 있는데, 거기에는 언제나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생겨나고 그 깊이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바로 이 시점에서 부모나 교사들의 진지한 노력으로 가해자가 진정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게 된다면, 학교폭력은 기적처럼 쉽게 종결된다.
그러나 무관심으로 가해자들을 방치하게 되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더욱 깊어져 폭발성을 지닌 부정적 에너지로 억압되어 갈 것이다.
지금은 진정한 사과를 위한 활동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위의 세가지 실천을 통해 우리 푸른나무재단은 진정한 사과와 치유가 가능한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2021.02.19.
푸른나무재단